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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엠마] 그러니까 제인 나는, … … .

눅눅한 골판지 2026. 5. 17. 02:47

트리거 요소 : 자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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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그린우드의 하루는 대개 비슷하게 굴러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생들의 식사를 챙기고 화구통과 작은 수첩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늘 머물며 그림을 그리던 공원을 가로질러 낯선 거리에 접어들면 동쪽으로 세 블록을 걷는다.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 블록을 더 걸으면 한산한 오전 시간에 맞춰 목적지인 엠마 그레이의 집에 도착한다. 오늘도 제인의 아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레오는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약을 잘 챙겨 먹겠다고 약속했고, 피에르 씨도 언제나처럼 바빠 보였다. 낯선 거리에서 마주친 검은 차는 어제와 같이 세 대. 다른 것이라고는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는 엠마 뿐이었다. 제인은 의식처럼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작가님, 작가니임.”


엠마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출하지 않았고, 일정이 있는 날에는 늘 먼저 일러주었다. 그런 날에도 편하게 다니라며 엠마가 열쇠를 쥐여준 지도 한참이지만, 제인은 오늘도 그런-멋대로 열쇠를 써도 되는- 날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았다. 언질을 주는 것을 잊고 잠시 나가신 걸까. 엠마의 사생활을 제인이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난번처럼 늦잠을 잔 걸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단정한 평소의 모습과 달리 로브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엠마의 모습이 그에게는 허락되었다는 사실은 늘 제인을 설레게 했다. 제인은 자연스레 지난주 아침, 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타났던 엠마의 얼굴을 떠올렸고,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


“작가님, 저 들어갈게요.”


결심에 가까운 작은 목소리로 허락을 구하고 제인은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내 들었다. 잠긴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제인은 천천히 엠마의 집 안으로 들어섰고, 집안은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멋대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괜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심장이 콩닥거렸다. 어쩌면 아까 전 기억 때문일 수도 유난히 조용한 주위가 스산한 탓일지도 몰랐다. 제인은 등 뒤로 문을 닫고 천천히 엠마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저를 위해 남겨진 쪽지는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부재의 원인이 엠마의 예상하지 못한 외출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제인은 아직까지 들고 있던 화구통을 책상 옆에 내려두었다. 책상 아래에 빈 병이 하나 굴러다녔다. 제인은 급하게 책장을 살펴보았다. 어제는 분명 반쯤 차 있던 약병 하나가 사라져있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온 세상이 희게 질리는 것도 같았다. 제인은 엠마의 침실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작가님, 주무세요? 제가 너무 일찍 왔죠? 작가님? 작가님… . 엠마, 문 좀 열어줘요. 엠마, 제발… . 사위가 소름 끼치도록 조용했다. 제인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문을 열었다. 엠마는 꼭 인형을 전시해 둔 것처럼 누워있었다. 제인은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떼어 엠마에게 다가갔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남색 이불에 파묻힌 그도, 그의 파리한 안색도, 스며들어온 햇빛이 만든 속눈썹의 그림자도. 제인은 홀린 사람처럼 엠마를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을 들어 코 밑에 대고 가느다란 숨을 확인했다.


“엠마… .”


제인은 무너지듯 침대 옆에 주저앉았다. 괜찮아. 아직 살아있어. 잠든 것뿐이야. 괜찮아. 아직. 제인은 엠마의 손을 감싸 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제인, 일찍 왔네.”
“엠마?”

힘없이 제인의 손을 몇 번 토닥여준 엠마는 흐릿하게 웃었다. 여전히 약기운이 가시지 않아 몽롱한 얼굴이었다. 햇빛이 눈가에 아른거리면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뿐이었다.


“나 추운데, 네가 좀 안아줄래?”

제인은 울음을 꾹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발을 툭툭 벗어내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면, 그가 놓치지 않으려 애쓰던 온기가 얼마나 미약한 것인지 느껴졌다. 제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엠마가 부탁한 것처럼 그를 감싸안을 뿐이었다. 사라지지 않도록, 절실하게.

“그러니까 제인 나는, … … .”

나는 늘 죽고 싶어. 그러니까 이건 특별한 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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