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그린우드 양,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이 서신은 당신에게 보내는 글 중 가장 정중한 편지가 될 겁니다. 공증받기 위한 문서에는 사적인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명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더군요. 변호사에게 연락해 유언장을 쓰며 알게 된 일입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의 표현처럼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유언장이란 주기적으로 고쳐 쓰는 서류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요. 어떤 문장을 남기고 어떤 문장을 지울지 고민하던 중 당신에게 이런 말투로 편지를 한 장 남겨보는 건 어떨지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은 나의 고루한 면도 퍽 좋아해 주었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리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무슨 이야기를 적을지 고민이 되네요. 작업실을 나가는 일이 드문 생활은 여전합니다. 산책하는 것도 성미에 맞지 않고, 바깥 외출을 함께할 사람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아, 당신이 밥을 챙겨주던 고양이의 안부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거리의 생활로 때가 타 회색이 되어버린 고양이는 아직도 창가를 어슬렁거립니다. 당신이 먹을만한 것을 챙겨주던 시간이 되면 작은 소리로 울기도 하더군요. 당신이 더는 이곳에 없다고 말해도 울음소리가 커지기만 할 뿐 매번 나타나는 것은 여전합니다. 무시하려 해도 창문을 두드려대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맞추어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있어요. 당신의 주장만큼 영특하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당신을 모진 말로 내쫓은 이후로 달라진 일과라고는 그것뿐입니다.
굳이 한 가지를 더 꼽자면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있겠네요. 당신이 사용하던 책상 서랍에 쌓인 편지의 수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주소를 몰라 보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미련하지라도 않을 텐데, 밀랍으로 편지를 봉하고 나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게 됩니다. 참 웃기는 일입니다. 평생을 바라던 일이 글을 쓰는 것인데, 아무런 글자도 적을 수 없게 된다니 말이에요.
당신이 이 작업실에 돌아와 서랍을 열게 되는 날이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편지를 읽는다면 내가 무언가 선택했다는 뜻일 겁니다. 부디 당신을 슬프게 하지 않는 선택이길.
사랑을 담아,
엠마 그레이
추신. 고양이에게는 당신이 하던 것처럼 익힌 달걀 하나와 신선한 물을 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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