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리거 워닝 : 자살기도
다시 생각해도 너무했다. 제인은 잠든 엠마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몇 번을 생각해 보아도 엠마의 선택은 너무 가혹했다. 제게는 물론 엠마 자신에게도. 제인은 조심스럽게 엠마의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이른 아침 다녀간 의사는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약기운이 남아 일어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거라고 했다. 지금은 잠들어 있도록 놔두는 것 말고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도 뒤따랐다. 제인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에 대한 이해는 충분했다. 엉망진창으로 관계가 끝이 났더라도 지난 몇 년 동안 엠마 그레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것은 저였으니까. 평온한 얼굴로 잠든 엠마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인은 어쩐지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그의 안식을 방해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제인은 엠마의 손을 잡고 침대에 엎드렸다. 미지근한 손에 깍지를 꼈다가 가운뎃손가락 마지막 마디에 펜을 쥐느라 생긴 굳은살 위를 살살 문지르면, 같이 책을 만들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했던 일, 눈을 반짝이며 페이지와 리버에 대해 설명해주던 일, 함께 왈츠를 췄던 일, 마지막 마침표를 써낸 엠마와 포옹을 나누던 일. 지난 시간이 몇 폭의 그림처럼 스쳐 지나가면, 제인은 엠마가 조금, 아주 조금 미워졌다. 제인은 고개를 들고 잠든 엠마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토록 미운 당신의 말은 하나도 들어주지 않겠다고. 다시는 당신 삶에서 나가주지 않을 거라고.
2.
왈츠는 정말 아름답구나. 제인은 생각했다.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 잔잔한 미소를 지은 엠마와 눈이 마주치면 그대로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제인은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고 엠마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제인이 속삭였다. 당신과 춤을 추었던 모든 사람을 질투하게 될 것 같아요. 엠마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은 것처럼 소리 내 웃고는 한 바퀴 턴을 돌며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 제인의 품에 안겨든 엠마가 말했다. 질투할 필요 없어, 내 마지막은 너일 테니까. 웃음기 어린 목소리, 맞닿은 몸과 뺨에 스치는 입술. 어쩌면 아름다운 것은 엠마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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