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게도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몽롱하거나 머리가 깨질 듯 아프지 않고 개운한 기분으로 눈을 뜨는 게 얼마 만인지도 알 수 없었다. 요 며칠 술과 안정제를 줄인 덕이겠지만, 엠마는 그 사실은 완전히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술과 약을 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이 제 옆에서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잠귀가 밝고 예민한 성정 탓에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깨는 엠마와 달리 제인은 그의 곁에서 엠마가 한참을 꼼지락거려도 잠에서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엠마는 슬그머니 제인의 턱 밑으로 파고들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너는 품에 들어갈 만큼 작은 주제에 어쩜 내 세상을 너로 가득 채워버렸니. 보드라운 냄새가 나는 목에 코를 비비면 제인이 간지러운지 작게 뒤척였다. 엠마는 고개를 들고 제인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이 사랑스러운 얼굴. 뺨을 간질이지 않도록 머리카락도 넘겨주고, 햇빛이 들지 않게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한참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난날 먼저 깨어난 제인도 이렇게 행동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시간이 가는 줄 몰라서 깨우지 못했다는 그의 말이 드디어 신빙성을 얻었을 테다.
“제인.”
엠마가 작게 속삭였다. 제인은 미간을 한 번 찌푸렸지만, 잠에서 헤어 나올 줄을 몰랐다. 어젯밤엔 정리할 것이 많았으니까 제법 피곤했겠지. 엠마는 말갛게 잠든 제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다가 말랑한 뺨을 조물거리기 시작했다. 햇빛 냄새가 날 것 같아. 잠든 연인에게 몰래 입을 맞추는 것 따윈 낡아빠진 소설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도 엠마는 강한 충동에 시달렸고, 제인과 관련된 일이면 늘 그러했듯 그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못했다.
“에, 엠마?”
제인은 화드득 놀라 일어났다. 제인이 그의 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데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았으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제인은 아무런 자국이 남지 않은 뺨을 멍한 얼굴로 문질렀다.
“지금… 저 깨무신 거예요?”
“어머, …그게 뭐 어때서? 누구는 요 며칠 밤마다 그러던데.”
엠마는 멋쩍은 마음에 더 뻔뻔하게 대꾸했다. 나날이 늘어나는 제인—남몰래 그를 종종 강아지에 비유하기는 했지만—의 입질에 슬슬 곤란하기는 했던 참이라는 핑계도 준비 되어있었다. 언제나 엠마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그답게 제인은 따져 묻기보다는 잠기운이 어린 눈을 휘며 배시시 웃었다.
“아니이, 좋아서 그렇죠.”
엠마는 불퉁하게 대꾸하려던 것도 잊고 헛웃음을 지었다. 동그란 이마를 쓸어주고, 짧은 사이에 헝크러진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에 제인은 양껏 어리광을 피웠다.
“너는 내가 그렇게 좋니?”
제인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엠마는 답지 않게 곧장 대답하지 않는 제인을 채근하려다가 문득 그의 답이 두려워졌다. 엠마 그레이의 무채색 세상에 멋대로 색을 칠해버린 제인 그린우드. 저는 그가 주는 애정을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사람이었다.
“아니야, 대답하지 마.”
엠마가 서둘러 말했다. 제인은 두 문장 사이의 간극을 알아차렸을까. 불쾌할 만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엠마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제인에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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